10%의 아쉬움, 90%의 만족감 - 영화 '화려한 휴가'

'여러분, 광주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이 저희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영화中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의 개입을 유도한다.
영화속의 광주는 단순히 하나의 지역으로만 자리잡지 않는다.
80년 광주를 되새기는 일,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목적이자 연출이다.
영화는 80년 광주를 광주의 이야기로만 남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한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한 듯
영화속 등장인물들은 광주사투리가 아닌 표준어(!)로 대화한다.
시대는 80년 광주이지만, 그것은 재해석된 2007년의 광주, 아니 현재인 것이다.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이른바 웰메이트 영화이다.
주연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감독의 구성력, 스토리의 전개과정등
돋보이는 부분들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데 이는 잠시 뒤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김상경, 이요원,
이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영화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
마치 80년 광주를 경험한듯 한 배우들의 모습은 영화의 내용 속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든다.
80년 광주라는 거대사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두 배우는 결코 극에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통해 80년 광주시민들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극중에서 이요원이 군인을 죽이고 정신혼란을 일으키는 장면은 더욱 돋보였다.
김상경 역시 주연배우라는 무게감을 훌륭히 느끼게 해준 배우였다.
조연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였는데,
한사람, 한사람이 마치 하얀거탑에서와 비슷하게 색깔있는 캐릭터로 살아난다.
이런 호연들이 어우러져 연출되는 영화 '화려한 휴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80년 광주를 보여준다.
극 중 김상경은 영웅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시민도 아니다.
영화는 감상경이 소시민에서 영웅으로 발전되어 나가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김상경을 포함한 광주시민들이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양상만을 보여줄 뿐,
그들의 내면이나 고민과정들을 깊게 그려내지 않는다.
영웅영화가 아닌, 한사람만의 사건이 아닌, 주인공 중심의 영화가 아닌,
사건중심의 영화이자, 80년 광주시민 일상의 영화인 것이다.
영화는 밝음과 어두움을 함께 교차시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맨 마지막의 웨딩사진 - 모두가 웃고 있지만, 이요원만이 슬퍼하고 있는 사진 - 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모습은
영화 곳곳에서 비춰진다.
이요원의 하얀색 간호사 복에 묻은 피는 환자들을 살리는 피이자, 살인으로 죽은 자의 피이다.
죽음이 있는 곳에 웃음을 밀어넣고, 삶이 있는 곳에 눈물을 밀어넣는다.
한 화면, 혹은 연속된 화면속에 담기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모습들은
관객에게 넌지시 물음을 던진다.
단순히 하나의 의미를 가졌으면 느끼지 못했던 이질감은
즐거움과 슬픔, 삶과 죽음이라는 쉽게 나뉘어서 이야기하는 여타영화와는 다르게,
세계에 대한 복잡한 물음을 던진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곳,
그 곳이 바로 우리가 발딪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는 논픽션을 픽션화했지만 논픽션의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훌륭한 연기,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사건전개,
이 모든 것은 영화를 두시간동안 거침없이 흘러가게 한다.
다만 80년 광주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제한된 시간에 담아내기가 힘들기에
영화는 세밀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굵직굵직하게 흘러간다. 아니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
80년 광주를 현재화 하는 일.
폭도가 되느니 죽음을 택한 사람들, 무엇이 정당한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던 시대들.
영화는 지나치게 신파로 흐르지도 않고, 과장하지도 않으며,
두시간동안 80년 광주를 묵묵히 이야기한다.
영화속 그들의 시각으로.
그러나 곧 우리의 시각이 될지도 모르는 그 시각으로.
하지만 이런 많은 만족감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무언가 모를 아쉬움이 감돈다.
바로 슬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픔이 감돌지만,
왠지 사람들이 실미도에서 느꼈을 그런 절실한 슬픔이 아니었다.
(본인은 실미도를 보지 않았다. 사회적 효과를 비추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 것이다.)
영화는 80년 광주를 그리는데 치중한 나머지
80년 광주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를 만드는데 실패한 느낌이다.
80년 광주는 슬프지만, 현재는 80년 광주와 상관없는 듯 보인다.
공수로 대표되는 무자비한 폭력성은 영화속에서 80년의 시대상황과 함께 묻혀진 듯 싶다.
사람들은 80년 광주를 보며 슬퍼하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80년 광주와 단절된 현실로 돌아온다.
절실한 슬픔, 현실화된 슬픔이 아닌 과거의 슬픔만이 남아있는 듯 하다.
80년 광주를 기억하는 일,
80년 광주를 되새기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은 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80년 광주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였을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80년 광주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흘린 눈물과 함께 80년 광주의 기억을 영화관에 놓고 올 것이다.
한발짝만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90%의 만족감, 10%의 아쉬움.
이 영화를 보며 느낀 기분이랄까.
그러나 영화를 보며 아직 '80년 광주'에 대해 이야기할 부분이 많이 남았구나 싶다.
아직 영화화할 부분들이 더 남아있지 않은가 싶다.
영화 '화려한 휴가'도 훌륭했지만, 그보다 더 나은 영화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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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화려한 휴가
Tracked from ipuris.net 2007/08/12 21:45 삭제화려한 휴가, 2007감독: 김지훈출연: 김상경(강민우), 안성기(박흥수), 이요원(박신애), 이준기(강진우)개봉: 2007년 7월 25일평점: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5.18은 비극이었다. 영화는 식어버린 아들의 사체를 옆에두고 절규하며 군인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 아버지를, 곧 다가올 죽음을 앞에두고 고향을 향해 눈물흘리며 절하는 아들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애국가와 함께 총성이 울려퍼지는 장면에서도 감독의 시각은 적나라하게 드러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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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부모님을 통해 그렇게 많은 얘기를 듣고서 역사의 토대위에 픽션을 가미한 영화라...조금은 아쉬웠지만...가장 아쉬웠던 건...군인들이 공수부대들이 과연 일말의 망설임없이 방아쇠를 당겼을까 하는 의문이었어...개인적인 총을 쏴본 경험이 컸겠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부모님은 그러시더라...그래서 니가 80년대 70년대의 독재정권의 무서움을 모르는 거라고....
같은 사람이 살아갈 뿐 시대가 다른 것 뿐인데...
또 하나 아쉬웠던 건 굳이 대선을 앞에 두고 이 영화가 나왔어야 했냐는 것...
보고 싶다...혁1!!
^^
중요한 것은 전경들의 마음이 흔들리느냐, 공수부대의 마음이 어땠는지는 아닌거 같아. 그렇게 환원시켜버리면 노무현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김대중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전두환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등등으로 환원되는 것 같거든. 사람의 고뇌에 모든 것의 면죄부를 던져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잘못된 것은 그것이 미시적으로 어떻든지 상관없이 잘못된거야. 굳이 그렇게 보려는 것은 그럴수도 있다는 자기 맘 속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주 관련 영화는 거의 10년 주기로 만들어졌고, 올해 부근이 그때였던거 같아. 나는 블로그에 썼듯이 오히려 영화내용이 현실에 아무런 연결고리를 두지 않아서 더욱 아쉬웠었거든. 대선과는 무관한듯.ㅋ
단지 너가 그렇게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