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과학 - 샌드라 하딩
《페미니즘과 과학 - 샌드라 하딩》
1. 과학의 여성 문제로부터 페미니즘의 과학 문제로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분과 학문들의 개념 틀 안에서, 또는 그것을 가로지르면서, 그리고 때로는 고집스럽게 그것을 거스르면서 여성들과 남성들 그리고 젠더 사이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연구해 왔다.
자연과학이 페미니스트들의 세밀한 분석의 대상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자연과학에 대한 비판은 많은 기대를, 혹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만 아직은 다른 분과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의 분석보다는 파편화 되어 있고 개념화가 분명하지 않다.
지난 세기 동안 과학의 사회적 이용은 변화해 왔다. 이전에는 임시보조였지만 이제는 경제적 ∙ 정치적 ∙ 사회적 축적과 통제의 직접적 발생 원인이 되었다. 과학자들의 연구가 사회적으로 아무 소용도 없게 되리라는 예상을 하기란 매우 힘들다. 대신에 그(과학자)는 거대한 노동력의 일부로서, 연구의 99퍼센트 이상이 사회 기획에 즉각 적용되도록 기대되는 학계의, 산업의, 정부의 연구소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 학교에서부터 줄곧 훈련을 받는다. 물적 축적과 사회 통제에 호소함으로서, 사회 진보라는 바로 그 이익에 봉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 안에서 과학은 전혀 정당화될 수 없다.
물론 페미니스트들이 이런 방식으로 근대 과학을 비판한 최초의 집단은 아니다. 1960년대의 대항 문화 운동 등이 그러했지만 페미니즘의 비판은 특히 예민하다.
또한 페미니즘은 다른 운동들의 중심적인 통찰들을 통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젠더별 노동 분업을 문제삼기 때문이다. 동시에 상징 체계로서 젠더 차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가장 고대적이고,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강력한 기원이다. 문화는 태풍과 산, 선박과 국가와 같은 비인간적인 존재에게 젠더를 할당한다. 우리는 그러한 젠더 의미들로 사회와 자연세계를 구성해 왔다.
인종 차별주의, 계급 차별주의, 문화적 제국주의가 성차별주의보다 종종 더 심각하게 개인들의 삶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것은 분명히 진실이다. 때문에, 노동 계급의 사람들과 인종 차별주의와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이 그들의 정치 의제에서 페미니즘 기획들을 낮은 자리에 놓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더욱이, 젠더는 문화적으로 특수한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
첫째, 성차와 거의 관련이 없는 다양한 이분법에 이원론적인 젠더 은유를 부여함으로서 비롯된 결과이다.(젠더 상징주의) 둘째, 사회적 행동을 구성하기 위해서 이들 젠더 이원론에 호소하는 것에서, 즉 상이한 인간 집단들 사이에 필수적인 사회적 행동들을 분리시킴으로서 비롯된 것이다.(젠더 구조) 세 번째로는 ‘현실’이나 혹은 성차에 관한 인식과 단지 불완전하게만 관련 있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인의 정체성의 형태이다.(개인적 젠더)
모든 문화에서 젠더 차이는 인간들이 자신을 개인으로 정의하고, 사회 관계를 구성하고, 의미 있는 자연 및 사회 현상과 관습들을 상징화하는 중추적인 방식이다.
많은 이유들로 과학도 역시 젠더화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의 비판은 인종 차별주의, 계급 차별주의, 제국주의가 인간의 모든 삶을 이끌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조차도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연구 분야의 페미니스트들은 이미 그들이 속한 분과 학문의 개념적 틀에 대해 명확하고도 일관성 있는 도전을 시작했다. 과학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의 목소리는 각각 고유의 청중, 주제 문제, 과학이 무엇이며 젠더는 무엇인가에 관한 인식, 남성 중심주의에 대한 교정법에 관한 다섯 가지의 상이한 기획들로 엇갈린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분석들을 직접 이끄는 가정들이 혼란되어 있다.
우리(페미니스트)는 현대 과학의 과오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우리 문화가 사용하는 용어와 같은 용어로 현대 과학의 과오들에 대응하는 데 우리가 너무 몰두한 나머지 진정하게 해방적인 지식 탐구에 대해 적절한 관심을 아직 아직 기울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뒤로 물러서서 과학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전체 그림을 상상해 낼 공간도 찾지 못했다.
참고도서) 마지 피어시 - 「시간의 끝에 선 여성」, 앤 맥카프리 - 「노래하던 배」
다섯가지 연구 프로그램
자연과학 비판을 위한 발전된 페미니즘 이론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해서 역사는 짧지만 한창 발전하고 있는 연구들의 공헌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형평성 연구들은 여성들이 유사한 능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주어질 교육, 자격증, 직업을 얻는 것에 대한 광범위하고 역사적인 저항을 기록해 왔다.
둘째, 생물학, 사회과학, 그리고 그 기술들의 사용과 남용에 관한 연구들은 성차별적이고, 인종 차별적이며, 동성애 공포증과 계급 차별적인 사회적 기획들에서 어떻게 과학이 사용되는지를 보여 주었다. 이에 대해 두가지 문제있는 가정을 하는데, 하나는 과학의 사회적 이용과는 별도로 가치 평가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과학적인 연구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의 적절한 이용이라는 것이 있다는 주장이다.
셋째로, 생물학과 사회과학에 대한 비판 속에서 어떠한 순수 과학의 현실태만이 아니라 그 가능태에 대해서까지 두 가지 종류의 도전이 제기되어 왔다.
넷째, 문학 비평, 역사 해석, 정신 분석학 등과 관련된 기법들은 가치중립적인 주장과 작업들의 사회적 의미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텍스트로서 과학 읽기’를 사용해 왔다.
다섯째, 일련의 인식론적 연구들은 신념이 어떻게 사회적 경험에 근거하는지에 대해, 또한 어떤 종류의 경험이 우리가 지식으로 존중하는 신념들의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 대안적인 이해의 기초를 놓았다.
페미니스트 인식론으로의 안내
페미니즘의 인식론적 문제는 명백히 패러독스한 상황을 설명하는 일이다. 페미니즘은 사회 변화를 위한 정치 운동이다.
페미니스트 경험론은 성차별주의와 남성 중심주의는 과학 연구의 기존의 방법론적 규범들을 엄수함으로써 고쳐질 수 있는 사회적 편견들이라고 주장한다. 페미니스트 경험론은 보통의 과학이 아니라 나쁜 과학만을 문제로 규정한다. 또한 그것은 집단으로서의 여성들(남성이건 여성이건 페미니스트들)이 집단으로서의 남성들(비페미니스트들)보다 편견이 없고 객관적인 결과들을 생산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객관성을 가장 많이 증대시킨 것은 과학 규범이 아니라 사회 해방을 위한 운동들이었다. 15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부르주아 혁명, 19세기에서 20세기까지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
경험주의에서는 방법론적 규범들은 문제들이 정의되고 규정되는 ‘발견의 맥락’이 아니라 ‘정당화의 맥락’에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페미니스트 입장론은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 대한 헤겔의 사유와 마르크스, 엥겔스, 그리고 헝가리안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루카치의 저작들에서 보인 분석의 정교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 생활에서 남성의 지배적인 지위는 편파적이고 왜곡된 이해를 낳는 데 반해, 여성들의 억압된 지위는 더 완전하고 덜 왜곡된 이해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는 앞의 인식론적 접근들이 객관성은 가치 중립에 의해 증대된 적도 없으며 증대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페미니즘 연구자들은 결코 성차별주의적인 주장들과 반성차별주의적인 주장들이 똑같이 그럴 듯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스트 포스트모더니즘은 페미니스트 경험론과 페미니스트 입장론이 기반을 두고 있는 가정들에 도전한다. “존재, 이성의 본질과 권력, 진보, 과학, 언어와 ‘주체/자아’에 관한 보편적인 주장들에 관한 심오한 회의론을 공유한다.”
이러한 접근은 흑인 페미니스트,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유색인 여성등등 현대 생활이 야기한 분열된 정체성들에 관한 연구를 유익한 근거로 포용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직면한다. ‘현실에 대한 하나의 진정한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포기할 수 있는가?
과학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은 민주적이고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사회라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과 젠더가 뚜렷한 개인이라는 우리의 핵심적인 사적 정체성 양자를 위협하는 개념상의 질문들을 제기해 왔다. 이 장의 설명의 연장 속에서 고려해 보면, 페미니즘의 비판들은 우리로 하여금 과학 안의 여성 문제에서 페미니즘 안의 좀더 급진적인 과학의 문제로 옮겨 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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