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Secret sunshine' - 무엇이 그렇게 비밀스러운가

햇볕 한조각에도 주님의 뜻이 담겨져 있다는 약사의 말에 주인공인 신애(전도연)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여기 뭐가 있어요? 햇빛이에요 햇빛. 아무것도 없어요"
햇볕 안에서 주님의 뜻을 보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여기에 밀양(Secret sunshine)이 있다.
- 기억과 망각의 이중주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기억'하기 위해 남편의 고향인 밀양을 찾는 신애, 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동시에 그곳은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밀양이다.
그러한 신애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다. 이 자식은 남편을 기억하게 해주는 매개체이자
밀양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기억해주는 이 이기도 하다.
영화는 기억의 매개체이던 아이가 납치로 인해 망각되면서 시작한다.
그러한 신애에게 약사는 이야기한다.
햇볕 안에서도 주님의 섭리를 느낄 수 있다고 말이다.
신애는 그 햇볕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죽은 자식을 잊는다.
신을 기억함과 동시에 자식을 잊는 것이다.
신애에게 자식을 먼저 보낸 산 자로서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 그것이 다시 살아가는 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식을 죽인 살해범도 역시 망각을 통해 다시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아직 용서를 안했는데 하나님이 용서하셨대요."
용서란 결국 망각과 다른 이름이 아니였다.
그를 보며 신애는 다시 죽은 자식을 '기억'해내게 된다.
영화 '밀애'에서 반복되고 있는 '기억'과 '망각'은 종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죄지음과 죄사함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미묘한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가 비밀스럽게 생각하고, 비밀스러워야 하는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까지 근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햇볕과 같이 느낄 수 있지만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대상, 즉 신의 존재를 햇볕에 비유함으로서 그의 비밀스러움에 한발짝 다가가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밀양(Secret sunshine)이 있다.
- 구원과 복수
아들을 망각하는 것, 주님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 구원이라면,
아들을 다시 기억하는 것, 주님을 망각하는 것, 이것이 복수이다.
구원과 복수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이, 기억과 망각 역시 맞물려 돌아간다.
구원에 반대 편에 복수가 있듯이, 기억의 반대편에는 망각이 있다.
그러나 반대 편에 있는 이들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좁게만 느껴진다.
아들을 기억하는 신애에게 신은 더이상 구원의 대상이 아니다. 복수의 대상이다.
모든게 신의 뜻이라면, 아들의 죽음도, 남편의 죽음도 모두 신의 뜻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구원하는 것도 신의 뜻이라면, 복수하는 것도 신의 뜻이 된다.
신애는 자신에게 절망감만을 안겨준 그 햇볕, 즉 신에게 복수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처음에는 불특정 다수의 신도들에게 이루어지는 복수는,
그 대상이 자신에게 햇볕을 이야기해준 약사의 남편,
마지막으로는 자기자신에게 향하게 된다.
- 거리감
신은 모든 것을 갈라놓았다. 아니 햇볕과 같은 모든 것의 매개체가 됨으로서 대상과 대상을 갈라놓았다.
대상들은 대상들끼리 직접 맞닿지 못하고 햇볕과 신과 같은 존재를 거쳐서만 만나게 된다.
신애는 자식을 죽인 살인범과 직접 맞닿지 않는다. 그것이 구원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순간, 매개체는 더이상 매개체의 구실을 하지 못했다.
아들을 살해했던 그 남자는 신애에게 사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에게 사죄함으로서 자신의 죄를 용서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신애는 무엇인가가 어긋났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다.
힘들어 하는 신애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그들은 신애의 감정에 관심이 없다.
신애와 만나지 않고, 신을 통하여 신애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신애는 그들의 그러한 모습에 위로감은 전혀 못느끼고 반면에 환멸을 느낀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왜냐면 신이라는 존재가 너무나 버젓히 그 사이에 서있기 때문이다.
밀양(Secret sunshine)에 발을 디딘 그 순간, 그리고 그 비밀스러움을 절실히 느껴버린 신애에게 더이상 기댈 곳이 없어져 버렸다. 그가 가는 곳곳마다 햇볕이 느껴지고, 하늘의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녀는 구원받고자 했지만, 구원받지 못했다. 아니 애초부터 구원이라는 것은 망각의 다른 이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알수없는 비밀스러움을 인간의 몸으로 맞닿들인다는 것, 그것이 신애와 같은 파멸의 길로 들어설지, 망각의 세계에서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모습일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온전히 땅에서 살고 있는 김종찬(송강호)의 모습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런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 이 영화. 끝까지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채 끝을 내버리는 이 영화.
이것이 밀양이다.
ps. 전도연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내용을 떠나 대단한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 영화 |
2007/11/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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