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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03 그래도 우린 좋지 아니한가! - 영화 '좋지 아니한가'
  2. 2007/05/08 여성빈곤의 구조적 요인과 빈곤의 여성화 - 김혜영, 이은주, 윤홍식

그래도 우린 좋지 아니한가! - 영화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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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정말 이상해요.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모여사는걸까요?'         - 영화中 대사



근 몇 년 사이에 가족에 대해서 묻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기존과 다른 가족을 다루거나,

민감한 주제였던 불륜을 유쾌하게 다루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만큼 가족의 상이 기존과는 많이 달라졌으며,

영화는 그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많은 가족 영화 중에서 특히나 관심이 갔던 영화가 바로 '좋지 아니한가'입니다.

다른 영화들이 가족이라는 문제를 조금씩 우회하여 다가간다면,

이 영화는 아예 '가족'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들이밀면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첫부분은 다음과 같은 물음으로 시작됩니다.

'가족은 정말 이상해요.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모여사는걸까요?'
 
극 중 황보라가 내레이션으로 던지는 이 물음은 끝까지 영화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작용합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심씨네 가족은 특이한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여타 가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 같이 밥은 먹지만, 서로가 남에게 관심이 없이 밥만 먹는 가족.
(영화는 카메라의 앵글을 통하여 서로가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밥만 먹는 가족들을 보여줍니다.)

-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오직 자신의 문제만을 고민하는 가족.

- 돈이 필요할 때만 엄마나 아빠를 찾는 아이들.

- 아빠에게 불만이 있어도 속시원하게 털어놓지 않는 아들.

- 아빠는 자신이 돈기계밖에 아니냐고 큰소리치고, 엄마는 내가 밥하는 기계냐고 소리치며 싸우는 가족.

- 엄마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3일을 내내 컵라면으로 때우는 가족.


위의 항목 중에 많은 부분이 동감된다면

당신 역시 심씨네 가족의 일상사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문제를 '사랑', '관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일상사만을 그린다면 영화가 주는 극적 긴장감을 줄 수 없기에

이 가족의 '파란만장'했던 일주일을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아버지는 한 여고생을 도와주다가 원조교제로 낙인찍힌채 인터넷 공간에서 스타가 됩니다.

엄마는 그런 상황에서 독서실간다고 도망간 딸을 붙잡으려다 십자인대가 끊어져 병원에 입원을 하지요.

그러나 가족들은 아무도 찾아오질 않습니다.

딸은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겐 사랑이 미스테리야.'

아들은 짝사랑하는 여자애 때문에 맘고생을 심하게 합니다.

이모라고 있는 사람은 백수에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분풀이를 못해 지쳐갑니다.


아버지의 사건 - 원조교제로 오인받아 학교나 일상이 발칵 뒤집히는 사건 - 이 터지자

기존의 가족 관계는 급격히 변화합니다.

아버지의 사건이었지만,

그 여파가 병원에 있던 부인, 학교에 있는 아들, 딸에게까지 번지는 것입니다.

개인의 문제였지만, 개인이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제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족의 이름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가족과 내가 동일시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가족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그 관계에는 외부의 '시선'이 작용합니다.

가족을 바라보는 가족 외부의 '시선'이 가족을 규정하고, 가족이라는 것을 형성합니다.

서로가 밥만 같이 먹지 아무런 신경도 안썼던 개개인의 구성원들은,

외부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리게 되자,

비로소 하나로 묶이게 되는 것입니다.

가족을 구성한 것은 개개인의 구성원이 아닌, 바로 사회의 '시선'이었으니 말입니다.


영화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평상시 서로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이

그들에게 문제가 생기자마자 불현듯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끝까지 '사랑'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사랑'하는 것도 아니며,

상황에 따라 느슨한, 혹은 팽팽한 관계 안에서 서로를 느끼기도 하고, 느끼지 않기도 하고 합니다.


그런 영화의 결말은 이렇습니다.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요? 여러분? 우주에 떠있는 지구라는 별에 홀로 외로이 있지 않으니까요.'


어쩌면 너무나 통속적인 말이 될지도 모르는 이러한 결론은

이 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2시간동안 보여졌던 가족들의 관계를 보면서 이미 다 드러납니다.

다시 서로가 밥먹으면서 쳐다보지 않는, 서로가 자신의 문제 밖에 관심이 없는

이런 가족이라도 '왠지 잘 살거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지금 현재의 가족모습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채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던지고 있는 '가족관계 변화에 대한 부정'에

감독은 나름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드러낸 것이지요.

가족들이 모두 서로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고

가장이 중심에 서서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는 가족형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감독이 던지는 가벼운 조크라고 할까요?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놓지 않지만,

많은 사회문제 - 원조교제, 교사의 권위, 다단계 등 - 를 곁다리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발산만 있을 뿐, 수렴은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보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던져놓은 모습을 찍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제 누군가 이렇게 뿌려놓았으니,

그것을 어떻게 주워담아야 될 지 생각해 봐야되지 않을까요?

감독에게는 긍정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정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입니까.

2007/08/03 17:31 2007/08/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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